작품의 숨결을 살리는 과정, 배접 동양화에서 얇은 화선지나 순지 위에 먹과 채색이 올라가면 종이가 수분을 머금어 심하게 우글거리게 됩니다. 이때 작품 뒷면에 다른 종이를 덧붙여 평평하게 펴고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이 바로 '배접(褙接)'입니다. 배접은 단순히 종이를 두껍게 만드는 물리적 과정을 넘어, 발색을 선명하게 끌어올리고 작품의 영구적인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동양화 완성의 핵심 단계입니다.
배접을 위한 필수 준비물 완벽한 배접을 위해서는 재료의 성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풀(밀가루 풀): 시중의 화학 풀이 아닌, 삭힌 밀가루 풀을 쑤어 사용합니다. 방부제나 화학 성분이 없어 훗날 작품을 복원할 때 물만으로도 쉽게 떼어낼 수 있는 가역성을 제공합니다.
배접지: 작품지보다 약간 두껍고 질긴 한지를 사용합니다.
귀얄(풀비)과 털비: 풀을 고르게 펴 바르기 위한 넓은 붓(귀얄)과, 종이를 밀착시킬 때 사용하는 마른 털비(혹은 팜파스 브러시)가 필요합니다.
실전 배접 4단계 과정
작품 펴기(물칠): 배접판 위에 작품을 뒤집어 놓고 분무기로 물을 고르게 뿌립니다. 종이의 결이 완전히 이완되어 주름이 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풀 농도 조절 및 칠하기: 풀의 농도는 묽은 우유 정도로 맞춥니다. 귀얄에 풀을 묻혀 배접지 위에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뭉치는 곳 없이 얇고 고르게 펴 바릅니다.
합지(덧대기): 풀칠 된 배접지를 들어 작품 뒷면에 정확히 맞추어 올립니다. 마른 털비를 이용해 중앙에서 바깥 방향으로 쓸어내리며 기포를 빼고 두 종이를 밀착시킵니다.
건조: 건조판이나 벽면에 배접된 작품의 가장자리에 된풀을 발라 팽팽하게 붙입니다.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서서히 건조해야 종이가 터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인내와 정교함이 만드는 예술 배접은 습도와 온도, 풀의 농도, 그리고 붓을 쓸어내리는 힘의 조절 등 작가의 섬세한 감각이 총동원되는 작업입니다. 종이와 물, 풀이 만나 하나의 견고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이 물리적 과정 역시 작가의 수행이자 예술의 연장선입니다.